손바닥 감옥 [GTS-1]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던 아침이었다. 클레어는 평소처럼 골목길을 따라 등굣길을 걷고 있었다. 흰색 니삭스를 스치는 산들바람에 짙은 청록색 스커트 자락이 살랑이고, 그녀의 포니테일도 가볍게 흔들렸다. 문득, 그녀는 발밑 어딘가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응?”
클레어는 조심스레 걸음을 멈췄다. 아스팔트 위, 손가락 마디만 한 무언가가 헐떡이며 기어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키가 1센티미터도 될까 말까 한 남자였다. 그는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클레어의 초록빛 눈동자에 놀람과 호기심이 함께 어렸다.
“…사람이야? 정말 작아… 이 정도면 거의… 인형도 아니고, 너무 귀엽잖아.”
그녀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마치 연약한 나비를 다루듯, 손바닥을 펼쳐 그 앞에 내밀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해?”
그녀의 머리칼이 부드럽게 어깨 앞으로 흘러내리며 바람이 남자에게 닿았다. 그러나 그에게 클레어는 아름답지만 위협적인 존재였다. 거대한 얼굴, 움직이는 머리카락, 눈동자의 움직임조차 폭풍 같았다.
“내 손바닥에 올라올래? 걱정 마, 장난감처럼 만지지 않을게. 그 대신… 넌, 내 꺼야.”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다정했지만, 1cm 남자에겐 천둥처럼 울렸다.
“…후훗. 귀엽네. 하지만,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그렇게 작아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디 가는 거야?”
클레어는 천천히 일어나 치맛자락을 정리하고 가볍게 한 발 내디뎠다. 그녀의 한 걸음은 그에게 수십 미터 거리였지만,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발끝의 감각만으로도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1cm 남자의 숨이 거칠어졌다. 쿵…쿵… 여학생의 발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키며 그를 압박했다. 그녀는 그를 해칠 생각이 없었지만, 그 존재 자체가 위협이었다.
그때,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작은 돌 뒤에서 검은 물체가 튀어나왔다. 커다란 다리 여덟 개의 거미였다. 남자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거미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돌진했다.
콰앙!!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고 거대한 그림자가 덮쳤다. 흰색 니삭스를 신은 클레어의 로퍼 밑에서 거미는 흔적 없이 으깨졌다.
“…괜찮아?”
클레어는 감정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에게 방금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압도적인 힘과 절대적인 보호다.
“이제… 도망치지 마. 너를 다치게 하는 건, 전부 내가 없애줄 테니까.”
남자는 주저앉은 채 클레어를 바라봤다.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강력한 방패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안심했다.
“이번엔… 내 손 위에 올라와 줄래? 지금은 나밖에 널 지켜줄 수 없잖아?”
클레어가 천천히 몸을 낮추며 손바닥을 땅 가까이 내밀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피부 위에서 온몸으로 미세한 맥박을 느꼈다.
“…응, 잘했어. 잡아. 떨어지면, 내가 너무 슬플 것 같으니까.”
남자는 즉시 중심을 잡았다. 그 순간 클레어가 몸을 일으켰고, 세상이 서서히 기울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이제 하늘 위 섬처럼 높이 솟았다. 주변 풍경이 작아지고, 바람이 달라졌다. 그는 클레어의 가슴 높이에서 세상을 내려다봤다.
“같이 가자. 너, 혼자 걷게 두지 않을게.”
클레어는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의 걸음은 마치 공중을 부유하는 항해 같았다. 그 리듬은 따뜻하고 안정적이었다. 거대한 세상 속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공간,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그는 안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