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은 처음? [GTS-6]



클레어는 복도를 걷다 멈춰 섰다. 형광등 아래 여자 화장실이라는 표지판이 흐릿한 빛을 내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초록빛 시선이 천천히 손바닥 위로 향했다. 그곳엔 몸을 움츠린 채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떨고 있는 1cm 남자가 있었다. 그는 절박하게 두 다리를 오므렸다.

아까부터 몸을 움찔거리는 게오줌 참는 거지?”

클레어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1cm 남자의 얼굴엔 체면과 간절함이 뒤엉켜 있었다.

여학생 손바닥 위에서 오줌 싸는 남자라니 꽤 희귀한걸. 솔직히 나 조금 기대되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손바닥을 살짝 기울였다.

어차피 네가 싸도 금방 증발될 거야. 내 손바닥이 젖을 일은 없겠지. 그 대신, 네 자존심이 증발하는 건 확실히 구경해 줄게.”

그녀의 비웃음 섞인 너그러움에, 작은 남자의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클레어의 따뜻한 손바닥 위에서 망설이던 그는 결국 체념하듯 바지춤을 내렸다.

정말 하려는 거야? 복도에서? 그것도 여학생 손바닥에서 오줌 싸는 남자애라니?”

클레어의 목소리엔 조롱이 가득했다.

만약 이걸 올리비아가 봤다면 발가락으로 널 낚아채서 바닥에 짓이겼을 거야. 네 뼈가 몇 개나 남았을지 모르겠네.”

남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행동하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무릎은 떨리고 입술은 마르고 있었다.



지금, 여기가 어딘 줄은 알지? 화장실 앞이야. 그래, 여자 화장실.”

그녀는 미소를 머금으며 손바닥을 천천히 가슴 가까이 끌어올렸다.

같이 들어가자.”

클레어는 망설임 없이 여자 화장실로 들어섰다. 익숙하고도 차가운 공간이 펼쳐졌다. 하얀 타일, 세라믹 변기들, 특유의 냄새까지, 1cm 남자에게 이곳은 거대한 괴물의 입속과 같았다.

여긴 진실이 드러나는 곳이지. 예쁜 여자애들도 여기선 본모습을 보여주니까. 너도 이젠 알겠지?”

클레어는 1cm 남자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 변기 위에 내려놓았다. 도기의 차가운 표면 위에서 그는 몸을 움츠리며 현실을 자각했다.

여자 화장실은 처음이지?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마.”

그녀의 말에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결국 작은 몸을 떨며 바지를 내리고 균형을 잡으며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클레어의 스커트 자락이 우연히 강풍처럼 휘날리며 그의 작은 몸을 밀어냈다. 균형을 잃은 그는 그대로 미끄러지듯 변기 안쪽으로 빠져들었다.

순식간에 차가운 물속으로 떨어진 그는 진한 갈색 흔적들과 악취, 점액질의 느낌에 공포를 느꼈다. 차가운 현실이 그의 모든 감각을 집어삼켰다.



위험하게 뭐 하는 거야?”

클레어는 물 위에 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곤 태연하게 손가락을 내려보냈다.

역시 너 같은 애들은 이런 곳이 더 어울리지.”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가락에 매달렸다. 그 손가락은 유일한 탈출구였고, 클레어는 젖은 그를 손바닥 위로 올렸다. 따스한 체온이 그를 감쌌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그의 온몸을 흔들었다.

클레어는 부드럽게 웃으며 작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때, 내 손바닥 체온? 변깃물보단 낫지 않아?”

그녀의 말엔 분명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너처럼 작은 존재는 화장실 같은 건 없어. 기껏해야 복도 구석이나 내 손바닥이 전부지. , 싸도 티도 안 나겠지만 말이야.”

클레어의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작은 남자는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가치를 깊이 새겼다. 그에게 허락된 세상이란, 그녀의 손바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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